성명:조억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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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후기:   내가 걷고 싶은 길을 가는 즐거움

갈맷길의 시작은 내가 사는 지역의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단순히 걷는 것만이 아닌 부산의 산복도로와 도심지를 걸으면서 부산의 ‘땅’을 한 번 보고 싶다는 나름의 목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처음의 기대했던 목적보다 몇 배의 만족감을 얻고 있는 나를 본다. 투자로 친다면 꽤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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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여러 번 선택의 순간이 오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들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했던 선택 중에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가 즐거움이 있는 갈맷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저 걸으면서 보는 즐거움은 물론, 길동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같이 먹으면서 허기를 채울 때의 즐거움은 단순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구나 구간별 길을 마무리하면서 ‘오늘도 이만큼 걸었구나’ 하는 성취감에서 오는 즐거움, 그렇게 값진 즐거움이 있는 곳이 갈맷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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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구간마다 즐거움이 있었지만 특히 갈맷길 종주 구간 중 3구간과 4구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곳을 거치면서 참여한 회원들과 좀 더 친해졌고 갈맷길 종주 동기애가 생겼다고 할까. 특히, 1월의 추운 날씨에 4-1구간 중 암남공원 두도데크 전망대의 기억은 다시 떠올려도 흥분된다. 데크 바닥에서 먹었던 도시락 회와 함께 가무가 빠진 짧은 파티는 갈맷길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로 기억된다. 두도데크 전망대에서 짧고 달콤한 파티 이후 걸었던 후반부 구간의 절정은 감천문화마을이었다. 이 마을을 걸으며 최근 거의 느끼지 못했던 아찔한 배고픔을 느꼈다. 걷게만 하고 밥을 주지 않는 대장에게 왠지 모를 적개심이 생긴 곳이었다. 물론 점심을 건너뛰고 이른 저녁을 먹고 나서야 그 적개심은 사라졌지만. 30년 전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감천은 그냥 버스타고 지나가는 동네였는데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으로 부각된 것을 보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또한 문화가 되고 상품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낯선 풍경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평범하지만 참 아이러니한 곳이기도 하며 문화란 것이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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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을 걷는 즐거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또 주말마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기회가 될 때마다 종주가 아니더라도 가보고 싶은 곳을 다니면서 살아야겠다는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갈맷길을 걷기 이전에는 해봐야 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마음속에 담고 있던 것들은 말 그대로 꿈인 것 같다. 지금부터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갈맷길 여정에 같이 참여한 회원 모두 앞으로도 늘 함께할 수 있는 갈맷길가족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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