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 부산의 아름다운 길
완주2기 | 박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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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수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2-23 20:51 조회1,7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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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박점숙

직업:

종주후기:

제주에는 올렛길, 지리산엔 둘렛길, 부산에는 갈맷길!
작년에 디스크 수술로 회복 중, 지인들로부터 운동화 선물을 받아 SNS에서 자랑하였던 적이 있다. 그리곤 지인께 갈맷길을 소개받았다. 운동화가 세 켤레나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걸어보라는 것이다. 마음 크게 먹고 2기 출정식에 참여하였다. 그날 받은 수첩을 보니, 한 번 참가할 때에 4시간 이상을 걸어야 했다. 평균 14km의 길이다.
순간, 깜짝 놀란 나는 도망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도망갈 수가 없었다. 그날 도망갔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웃음이 실실 난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격려를 나눠주었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란다. 그날 이후,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갈맷길 자랑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첫 발을 딛는 날이 다가왔다. 아홉 개 구간 20코스 중 첫 구간인 1-1구간에 참가하기 위해 장산역으로 향했다. 집결지인 장산역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올라 기장 임랑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오늘의 ‘길’에 대한 것이었다. 난 아무 말도 못하고 허리에 차고 나온 복대만을 만지작거렸다.


어느덧 우리는 출발지인 임랑에 도착했다.
임랑해수욕장에서 시작점 스탬프와 인증샷을 찍고 둥근 원을 그리며 모여 서서 각자의 소개와 인사를 나누었다. “박점숙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해안선을 따라 장장 700리(약 270km)중, 1-1구간(12.57km)에서 시작해본다. 설레는 마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대장님의 출발소리에 한 걸음 한 걸음 옮겨갔다. 아랫배에 힘주고 발은 뒷꿈치부터 내딛고. 대장님이 준 요령을 새기며 앞사람의 머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기장군에 살면서도 처음 알게 된 갈맷길!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너풀너풀 풀바람 속에서 줄지어 걸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풍광에 얼굴 내밀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대며 이제야 서로 바라보고 인사도 제대로 나누었다.
서로 격려하며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누어 먹고 정을 나누었다. 처음이라 잘 몰라 배낭 속에 물과 과일만 넣어갔다. 어느 분께서 가져온 맥주가 세상에서 제일 반가웠고 제일 맛있었다. 맥주 한 잔에 갈증이 해소되고 에너지가 저절로 상승되었다. 약간의 긴장감도 사라졌다. 그제야 알게 된 맥주의 힘! 다음 구간 때에는 꼭 들고 가리라고 마음먹고 걷고 또 걸었다.
예쁜 카페를 지날 때면 내 마음도 예뻐지는 듯했고, 산속의 오르막을 오를 땐 앞으로의 계획들을 세우는 마음으로 흐르는 땀을 털어가며 걸었다. 그러다보니 바다내음을 들이켜며 어느새 중간을 넘어 갔다.
이번에는 바다냄새도 풀냄새도 없는 아스팔트길을 걸어갔다. 한참을 걷다보니 고관절이 아파서 식은땀은 흐르고 앞사람과의 사이는 멀어지고 태양빛은 길게 뻗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기장군이라서 거리감이 덜했던지 다른 사람보다는 밝은 모습이었다. 발바닥에 불이 난다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으며 난 꾹 참고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종착지다. 종점에서 느끼는 가슴 벅찬 감동의 물결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참 기뻤다. 점심으로 먹은 돼지국밥 또한 내겐 희망이었다. 만약 1-1구간을 포기하고 걷지 않았더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갈맷길 1-1구간은 나에게 멋진 친구이자 추억책이다.
4시간 이상을 걸으며 갈맷길과 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 또한 넘쳐났다. 타박타박 걷기 시작한 갈맷길은 벌써 700리 완주를 달성했고 내 마음엔 한 권의 추억책으로 담겨졌다.

 

나에게 갈맷길 친구가 있어 행복하고 걸음걸음 발자국 소리는 추억의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같다.
이제는 지나간 구간들을 또박또박 읽어낼 차례이다. 갈매기 끼룩끼룩, 산새들 지지배배, 살랑살랑 풀바람, 고요한 숲속의 노래들을 또박또박 읽어서 걸어간다.

 

 

 

 

부산 갈맷길

강변따라 터벅터벅 걷던 그 길
살랑살랑 풀피리 넘실거리며
출렁출렁 마중 나오던 길
해변 따라 터벅터벅 걷던 그 길
처얼썩 처얼썩 파도 넘실거리고
끼룩끼룩 갈매기 마중 나오던 길
들길 따라 터벅터벅 걷던 그 길
한들한들 꽃님들 방긋 웃고
또 만나요 또 만나요 인사 나누던 길
숲길 따라 터벅터벅 걷던 그 길
나란히 나란히 환영하는 편백나무
하하 호호 웃음꽃 만발하던 길
도심 따라 터벅터벅 걷던 그 길
아지랑이 풀풀 피어오르고
오고가며 마주하는 사람들과 버스
말없는 인사주고 받던 길
바로 부산갈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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